3대 특검, 인사청문회, 쟁점법, 법사위원장 등 뇌관에 각축전 불가피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여야가 일제히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며 지도체제를 개편하고 나섰다. 다만 이로 인한 국회의 협치 기대감보다 여야 정쟁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은 실정이다.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 이재명 정부의 1기 인선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회, 여당발 쟁점법안 등 뇌관이 산재한 탓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친명(친이재명) 3선 김병기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경선을 거쳐 3선 친윤(친윤석열) 출신인 송언석 원내대표 체제를 확정했다. 이로써 국회는 새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양당 신임 원내체제를 중심으로 입법·정국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양당 원내 사령탑 모두 비교적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인 만큼, 강대강 원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향후 국회는 '화약고'에 비견될 만큼 쟁점 현안들이 수두룩하다. 3대 특검이 그 선두에 있다. 3대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야당을 겨냥한 당정의 '내란·적폐 청산' 기조가 반영돼 야당인 국민의힘의 협조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평이다. 특히 내란 특검 대상에는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 계엄해제안 의결 방해' 의혹도 포함돼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 보복', '정적 제거용'이라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논평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국민의힘을 수사하는 특검을 추천하고, 지난 정부와 갈등을 빚거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인사로 임명했다"며 "그리고선 '정치적 중립성, 공정한 수사'를 운운하다니 후안무치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5개 사건, 12개 혐의는 '정적 제거용'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렇다면 대규모 특검을 동원한 광란의 '정치 보복'은 제1야당과 상대 진영 전체를 궤멸시키겠다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3대 특검은 현재 20여 일의 준비기간에 돌입한 상태로, 사무실 확보 및 특검보 인선 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사 120명에 수사 인력이 500명 이상인 매머드급 규모다. 특검 기간도 최장 170일로, 수사 동향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이번 역대급 특검으로 윤 전 대통령 등 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비롯해 현 야당 주요 인사들이 대거 직격탄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국민의힘 신임 원내 지도부는 특검에 협조하는 대신 방어에 치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간 정쟁 수위 고조는 불가피해 보인다.
6월 국회의 또 다른 뇌관은 인사청문회다. 현재 야당은 이재명 정부의 1기 인선에 대한 '살얼음 검증'을 벼르고 있다. 당장 이달 말 인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 아빠찬스·채무·학위 등 3대 의혹에 노출된 만큼, 야당의 화력이 집중될 전망이다. 오는 19일 국회 인청의 첫 테이프를 끊는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도 친북, 남북 자주파 논란 해명에 진땀을 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어질 이재명 1기 내각의 장관급 인선도 여야 신임 원내 지도부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취재진에 "야당과 협상할 때 가장 먼저 요청할 것은 이른 시일 안에 인사청문회를 마쳐 내각을 빠르게 안정화하게끔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방어선을 친 상태다. 반면 국민의힘은 "제1 야당으로서 날카로운 인사검증"을 예고하는 등 강공 방침이 확고하다.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상법 개정안 등 여당발 쟁점법도 여야 '원내 전쟁'을 방불케할 요소로 지목된다. 앞서 민주당 박찬대 전 원내체제는 차기 원내 지도부에게 판단을 맡기겠다며 당초 지난 12일 본회의 상정이 예상됐던 형소법과 공선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했다. 형소법 개정안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전면 중단토록 한 것이 골자이고, 공선법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면소시키는 내용의 법안이다. 다만 친명 노선이 확실한 김 원내대표가 당면 과제로 지목한 '20조+α'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상법 개정안을 매듭지은 뒤 형소법·공선법 개정안 재추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주효하다. 법인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 등이 골자인 여당발 상법 개정안 역시 야당과 입장차가 뚜렷한 법안이다.
이 밖에 민주당이 발의한 대법관 증원법,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양곡관리법 등도 향후 여야 원내 평행선이 예상되는 바다.
아울러 현재 공석인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여야 신임 원내 지도부 간 신경전이 첨예할 전망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5일 국민의힘의 법사위원장 반환 요구에 대해 "법사위 운영규칙상 (위원장은) 2년마다 교체하기로 되어있다"며 "규정을 준수하겠다"고 거부한 바 있다. 법사위는 '국회 내 상원'이라 불릴 정도로 본회의 법안 처리 전 최종 관문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