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일보 = 권선형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5대 그룹 총수들과 만난 첫 상견례는 어느 때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다. 그 핵심이 경제이며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이 경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협조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첨단전략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한 가지 부연해 말씀을 드리면 대통령이 되시고 나서 (이재명) 대통령님 자서전을 읽어봤다”고 말하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이 회장의 자서전 발언에 이 대통령은 곧바로 “아, 그러셨느냐”고 반색했고, 참석자들도 웃음을 터트리는 등 긴장된 기색이 역력한 간담회는 금세 화기애애해 졌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기업의 의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공정한 경제 생태계 조성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 주체 간, 예를 들면 기업의 구성원들 사이의 내부 문제와 노동 문제, 중소기업 문제 등 공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힘쓰겠다”며 “근로자 안전,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은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화기애애한 장면과 기업의 부족한 부분을 언급하는 장면이 연이어 벌어진 상황. 이 같은 긍정과 부정의 연이은 모습을 두고 재계에서는 “제대로 하라”고 엄중하게 경고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봐도 이 해석은 일리 있는 면이 있다. 보통 상견례나 공식적인 첫 만남에서 초반에는 칭찬이나 긍정적인 분위기로 상대를 띄워주고, 이후에 자신의 본심이나 비판, 혹은 진짜 의도를 말하는 심리학적 화법은 일상에서도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이 같은 화법은 '샌드위치 화법' 또는 '샌드위치 기법'이라 불린다. 칭찬(긍정)→비판(본심)→격려(또는 추가 칭찬)의 순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비판이나 본심을 부드럽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방어적 태도를 줄이며 자존심을 지켜주는 효과가 있다.
'긍정 뒤 부정 화법'이라는 용어로도 설명한다. 긍정적인 메시지(칭찬 등)로 기대감을 높인 뒤 부정적 메시지(비판, 본심 등)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이 화법도 상대방이 부정적 메시지를 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게 해 개선점을 더 잘 수용하게 돕는 효과가 있다.
이런 화법은 실제 우리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오늘 발표, 정말 잘하셨어요! 그런데 한 부분에서 조금 더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정말 멋진 디자인이에요! 다만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네요.”, “핵심을 잘 짚은 것 같아요.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네요!”
이렇듯 본심은 늘 ‘하지만’, ‘다만’, ‘그러나’ 뒤에 나오곤 한다. 그렇기에 이날 간담회에서의 이 대통령의 진심은 뒷부분이 아니었겠냐는 해석도 꼭 틀린 말은 아니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반복해서 강조해왔기에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화기애애’했던 첫 만남의 겉모습 뒤에 감춰진 이 대통령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인지 재계는 이미 그 신호를 읽고 있다. ‘공정한 경제 생태계’, ‘근로자 안전’, ‘불공정 거래 규제’라는 단어들은 기업인들에게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