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꿈틀대는 내수경기에도 규제에 발묶인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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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꿈틀대는 내수경기에도 규제에 발묶인 대형마트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5.06.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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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8로 4월(93.8)보다 8.0p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0월(101.8)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로 88.2까지 내려앉은 뒤 탄핵 정국 시기 90대 초반에서 횡보를 거듭하다 지난달 급반등한 것이다. 전달 대비 상승 폭은 지난 2020년 10월(12.3p) 이래 최대다.

해당 지수는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토대로 산출한 지표다.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4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인 뜻이다. 100을 밑돌면 그 반대 의미다.

이같은 내수경기 개선세는 불황 장기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대형마트업계에도 단비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민생 회복과 내수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앞으로 다양한 경기 부양책이 쏟아져 대형마트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발법)은 요지부동인 모습으로 여전히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2년 개정된 유발법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매달 공휴일 가운데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하고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통해 공휴일이 아닌 날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대형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고 소상공인·전통시장과의 상생·협력을 위한다는 유발법 취지와는 달리 낙수효과가 미비한 형국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연 130만건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대형마트 휴업일에도 전통시장 소비는 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 불만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4%가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유발법에 따른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10년 넘게 이어지는 사이 유통산업은 급속한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비대면 쇼핑이 일상으로 자리잡자 유통환경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재편했다. 그 결과,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영향력은 악화했다. 대형마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통계만 봐도 온오프라인 간 희비쌍곡선이 뚜렷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주요 23개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은 15.8% 늘어난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1.9% 감소했다. 오프라인에선 대형마트(-3.1%), 백화점(-2.9%), 편의점(-0.6%) 매출이 일제히 감소했다. SSM 매출만 소폭(0.2%) 상승에 불과했다.

현재 대형마트는 환골탈태하는 심정으로 실적부진 점포를 줄이며 체질개선에 나서는 상황이다. 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2019년 6월 125개에서 현재 111개로 14개가 감소했다. 동기간 이마트의 점포 수도 142개에서 133개로 9개가 줄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전에 동대문점 등 9개 점포 폐점을 매듭짓고 27개 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유발법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해묵은 규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공휴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규제 수위를 높이게 되면 이미 규제 늪에 빠져 침체하는 대형마트의 생존력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재갈 물리기용 법안이 아닌 보다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신중한 접근과 깊은 숙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형마트, 영세상인,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대안이 도출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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