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기도 저기도 외국인 소유 토지·주택,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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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여기도 저기도 외국인 소유 토지·주택, 이대로 괜찮을까
  • 김승현 기자
  • 승인 2025.06.10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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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건설사회부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건설사회부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아주 예전부터 일본인이 가지고 있던 땅이었고 2년 전 다른 외국인이 와서 사 갔다. 들어가는 길이 없어 우리 집 대문을 통해 넘어갈 때 한 번 봤고 그 이후로 한 번도 온 적 없다. 최근 김녕(제주)에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등이 여럿 들어섰는데 토지 가격이 더 오르면 팔지 않을까?”

올해 초 아버지 본가인 제주 구좌읍 김녕리 방문 당시 작은아버지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제주 시골집 담벼락을 사이에 둔 약 150평에 달하는 토지는 기자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텅텅 비어 있던 잡초만 가득한 곳이었다. 할아버지와 친척 설명에 따르면 일본인이 가지고 있던 땅이었고 약 2년 전 이를 다른 외국인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간 모양새다.

이는 제주 시골 마을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작년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외국인 토지·주택 보유통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면적은 2679만500㎡로 지난 2023년 말 대비 1.4% 늘었다.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 수 역시 오름세다. 작년 12월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일부 지분을 보유한 경우 1호 집계)은 10만216호로 작년 6월(9만5058호)보다 5000호 가까이 늘었다. 외국인 임대인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469명)였고 2위부터 5위를 송파구(394명)와 서초구(326명), 마포구(285명)와 용산구(248명)가 연달아 차지했다.

시세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 특성상 이들이 소유한 주택 대부분은 수도권에 위치한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전체 72.7%(7만2868호)가 수도권에 있으며 경기 3만9144호(39.1%), 서울 2만3741호(23.7%), 인천 9983호(10%) 순이다. 수도권은 생활 인프라와 교통망이 갖춰져 실거주는 물론 투자용으로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의 부동산 투자가 늘고 이것이 자칫 시장 교란으로 번질 우려가 제기되자 국토부와 서울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일 오세훈 시장이 간부회의에서 ‘서울 내 외국인 부동산 소유 실태를 파악하고, 내국인 피해가 없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나 방향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부동산은 단순한 자산을 넘어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진다. 가뜩이나 수도권 공급 부족과 쏠림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내국인도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시세차익을 노린 외국인 수요마저 더해지면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성을 해칠 우려도 있다.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제는 이들의 거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시세차익만을 노린 무차별적인 거래 등은 제한해야 할 때다. 정부가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정책을 마련해 집값 상승이나 불법 거래를 억제해야 시장 질서가 바로잡힐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사회부
좌우명 : 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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