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에 대미 수출 큰 폭 축소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 여파로 세계 경제의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0일간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하는 동시에 90개국과의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호관세가 유예돼 일시적으로나마 안정을 찾은 상황이지만, 향후에도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만큼 불안정성이 상존한다. 현재 합의가 성사된 국가도 영국 1곳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는 국가 간 무역 협상이 보통 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년까지도 걸려 90일 내 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미국 수출기업의 피해도 나타났다. 한국의 자동차 대미 수출이 급감하면서 지난달 전체 수출이 감소세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한 57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자동차 수출은 62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4% 줄었다. 미국 관세와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신공장의 가동 확대 영향으로 미국 수출이 32%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했다. 미국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5월에는 국제유가가 60달러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급감,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의 파급력은 전세계로 퍼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올해 들어 2% 미만 상승에 그치고 있다. 독일 DAX지수가 11.7%, 프랑스 CAC40지수가 8.5%, 유로스탁스 50지수가 10.4%, 영국 FTSE 100지수가 6.2% 각각 상승한 것과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무역정책이 금융시장을 뒤흔든 결과라는 분석이다.
관세 전쟁 이후 미 국채 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투자 비중을 점점 줄여나가는 추세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올해만 9% 가까이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으로 촉발된 혼란이 지속되면서, 달러에 대한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세스 번스타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이 (미국 투자를)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적자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현재 속도로 계속 돈을 빌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무역정책의 예측 불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시장 한 곳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집중시키기를 원하는지’ 멈춰서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