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장점인 지상파 콘텐츠 경쟁력↓

매일일보 = 안종열 기자 | 외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유일한 대항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추진이 의미가 퇴색되면서 지연되고 있다. 지상파들이 넷플릭스, 쿠팡플레이와 잇단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다. 웨이브의 가장 큰 장점인 지상파 콘텐츠 경쟁력이 악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빙과 웨이브는 토종 OTT 경쟁력 강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지난 2023년 12월 합병을 결의했다. 이후 지난해 말 웨이브 최대 주주 SK스퀘어와 티빙의 최대 주주 CJ ENM은 각각 1500억원, 1000억원을 웨이브에 투자한다고 공시하며 합병 보폭을 넓혔다.
양사는 합병 선언 당시 “향후 웨이브-티빙 통합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K-OTT를 출범시켜 이용자에게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대한민국 OTT 산업 생태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합병을 통해 가입자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주요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 1345만명, 쿠팡플레이 684만명, 티빙 679만명, 웨이브 418만명 등이다. 업계는 티빙과 웨이브에 모두 가입한 중복 이용자가 전체의 30% 미만으로 보고 있어 실제 합병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양사는 합병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했지만 주주 간 이해관계 등으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고 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합병 무용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체급을 키운 토종 OTT가 ‘공룡’ 넷플릭스에 내준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거란 업계의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상파들이 잇달아 글로벌 OTT와 손을 잡아 합병 실익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 넷플릭스는 SB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 협약식’을 맺었다. 향후 6년간 SBS에서 방영됐거나 방영될 콘텐츠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또 MBC는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를 받아 ‘나는 신이다’ 등 넷플릭스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업계는 지상파의 이같은 행보가 티빙과 웨이브 합병법인 경쟁력 약화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지연되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들이 넷플릭스 등과 협력하면서 합병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상파 콘텐츠의 우선권이 사라지면 합병법인의 경쟁력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