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준석-허은아 내홍에 상폐 위기 직면한 개혁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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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준석-허은아 내홍에 상폐 위기 직면한 개혁신당
  • 정두현 기자
  • 승인 2025.01.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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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현 정경부 차장
정두현 정경부 차장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정치개혁'을 모토로 야심차게 제3지대에서 닻을 올린 개혁신당이 창당 1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개혁신당의 정신적 지주인 이준석 의원과 금배지를 포기하고 창당 멤버로 합류한 허은아 당 대표가 김철근 사무총장 경질 문제로 낯 뜨거운 상호 폭로전을 이어가는 등 극심한 내홍을 빚으면서다. 

이러한 개혁신당 내분 사태가 한 달째 지속되는 와중에 당은 이준석계와 허은아계로 완전히 쪼개졌다. 당의 근간을 이뤘던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도 과거형이 됐다. 무엇보다 3석의 신생정당이 때아닌 정파 갈등으로 유권자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했다는 점에서, 개혁신당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됐다.

개혁신당은 창당 전후로 '스타트업 정당'이라 자칭하며 구태 여의도 문법과 허례허식에서 탈피한 신(新)정치를 펴겠노라고 호언장담했다. 지난 4·10 총선에서 이 의원이 '마이너스 3선' 꼬리표를 뗄 수 있었던 것도 거대 여야로 점철된 정치 판도에서 새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3지대는 결국 또 다시 한계를 드러냈다. 양당 일변도에 대균열을 일으킬 새 물결이 되기엔 개혁신당의 그릇은 작았다. 내전 참가자 모두에 귀책사유가 있겠지만, 이번 개혁신당 내홍 사태의 본질은 갈등 당사자들의 시시비비나 구체적 사실관계를 떠나 당의 실질적 대주주인 이 의원의 '리더십'에 있다는 평이 적잖다. 

독수독과(毒樹毒果)론이 상기된다. 이 의원은 지난 2021년 불과 30대 나이에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뒤 4·7 재보궐선거, 20대 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선거를 승리로 이끌며 파죽지세가 예상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친윤-비윤 계파갈등의 중심축이 됐고, 결국 당에서 축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지금의 개혁신당 사태도 주어만 바꼈을 뿐, 내부 권력투쟁의 결과가 당 대표 축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 2022년 국민의힘 이준석 지도부 해체와 묘한 평행이론을 이룬다. 이는 '이준석이 속한 정당은 반드시 분열이 생긴다'는 고정관념을 양산하고 있는 만큼,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의원에게 이번 당 내홍은 뼈아프다.

개혁신당은 이준석계 핵심인 천하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허은아 대표와 조대원 최고위원의 해임 여부를 결정할 당원소환 투표를 의결했다. 이로써 오는 24~25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허 대표는 "부당한 사당화에 맞서겠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당이 그야말로 루비콘 강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이번 사태에서 실질적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이 의원이 만약 자신의 '치욕적 유산'을 허 대표에게 고스란히 물려준다면, '대권주자 이준석'과 개혁신당의 브랜드 가치는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여러 정황상 이미 답은 정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의원과 당 주류가 통큰 정치력을 발휘하며 원만하게 사태가 수습되는 결론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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