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겨우 2년 반을 조금 넘긴 현 정부 들어 대통령 경호처에서 벌어진 일이다. 2023년 12월 18일은 원래 경호처의 창설 60주년이라고 한다. 그 기념행사 대신 윤석열 대통령의 생일파티가 메인이었던 모양이다. 경호처 직원들이 대통령을 향해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뮤지컬 '렌트'의 유명한 노래를 개사했다.
84만5280분 귀한 시간들, 취임 후 쉼 없이 달린 수많은 날.
84만5280분 귀한 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
84만5280분은 일수로 환산하면 587일이다. 윤 대통령 취임이 2022년 5월 10일이다. 딱 그 날부터 계산한 시간이다. 가수 권진원씨의 유명한 생일송도 개사 대상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날,
우리 모두 축하해.
이 노래들을 경호처 직원들이 3개월을 연습해 합창했다고 한다. 율동은 덤. 그것만으로 뭔가 부족했는지 윤.석.열 삼행시 대회에 장기자랑까지 했단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인물은 김성훈 경호차장이라고 한다. 당시엔 기획관리실장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생일을 맞아 마이바흐 방탄차량 트렁크에 '생일축하!' 현수막과 풍선을 가득 실은 '서프라이즈' 이벤트의 주인공이다. 김성훈 차장은 17일 경찰에 출석하면서 윤 대통령 생일파티 경호처 동원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은 친구 생일파티 축하송 안 해주느냐"고 되물었다.
대통령이 친구인가? 대통령은 경호처 입장에선 사장님, 회장님이다. 요즘 직장에서 저런 행위가 강요된다면? 그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 부른다. 윤 대통령은 경호처 직원 일부에게 안마를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잘 한다면서 해외순방에 데려갔다고 한다. 경호처를 향한 '사병 논란'이 있었는데 이건 그 정도가 아니다. 노비 취급이다.
경호관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경호의 제1 원칙은 경호 대상자의 안전이다. 경호원은 경호 대상자 대신 칼을 맞고 총을 맞는 사람이다. 경호처의 제1 경호 대상은 대통령이다.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직'이다.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위해 대신 죽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 용기와 그 결단과 그 헌신, 한 인간으로서 참 멋있는 사람들이다. 존경받아야 할 직업이다.
그 이미지와 명예를 한순간에 박살낸 대통령 윤석열의 한 마디, 경찰과 공수처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총이 안 되면 칼이라도 휴대해' 막아달라고 했단다. 그 변호인단이란 사람은 "체포영장은 무효이고 경호관들이 경찰을 체포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경호관들이 나이프든 회칼이든 손에 들고 경찰과 맞서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이건 그냥 깡패집단이다. 조폭들도 이렇게는 못한다. 경호관들은 2차 체포영장 저지는커녕 더러는 휴가를 내고, 다수는 대기동에서 머물렀다.
같은 시대를 사는 직장인으로서, 경호관들의 상처 입은 자존심에 경의를 표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위대하다. 그 국가원수로 선출된 자의 국민을 향한 배신 행위를 가장 곁에서 지켜보고 가장 내밀한 사항부터 몸소 겪었을 이들이 경호관이다. 조속히 일상으로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